새로운 것은 없다

일상으로의 초대/신선한 2008/12/22 02:55 Posted by 김철호
제가 오늘 할 이야기는 상당히 충격적이면서 어떻게 보면 충격적이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소설의 소재로 사용하고자 했으나 구체적인 이야기는 아직 구상하지 못했습니다.

여튼, 한 번 해보죠.
이 이야기는 화소의 단위인 픽셀에서 시작합니다.

가로 1, 세로 1 픽셀이죠.
디지털화된 모든 이미지나 문자 등은 모두 픽셀로 되어 있죠.
예를 들어볼까요.
위의 그림은 제 프로필 이미지 입니다. 이것은 가로 48, 세로 48, 모두 2,304개의 픽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냥 보면 사진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조금 확대해 보면 많은 정사각형의 픽셀로 이루어져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각각의 픽셀의 색들은 서로 연관된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죠.
그림을 축소하거나, 멀리서 보면 (즉, 그림의 상대적인 크기가 작아지면) 그것은 실존하는 사람의 사진처럼 보입니다.

여기까지는 다 아시는 내용이겠죠.

그러면, 이렇게 생각해 보셨나요.
여러분들께서 보고있는 픽셀로 이루어진 모든 그림이나 문자는 예전 부터 존재하고 있었다라고 말입니다. 여러분께서 보고 있는 이 블로그도, 어제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도 새로운게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던걸 우리가 찾아낸것 뿐입니다.

매우 충격적이지 않나요? (나만 그런가... -_-)

아니, 생각을 해보세요. 여러분이 내일 찍을 셀카 사진이 이미 존재하고 있다고요!
찍지도 않은 셀카가 존재한다니까요. 참나. 어이 없지요?

자, 그럼 이게 무슨 개떡같은 소리냐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화장실 다녀오셔도 됩니다. 이야기가 길어질것 같네요.

여러분들은 56,328,147,384 이라는 숫자를 본적이 있으신가요.
(오백육십삼억 이천팔백십사만 칠천삼백팔십사)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데, 아마 대부분은 처음 보셨을 겁니다.
저도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처음 본것 같고요.
여튼, 저 숫자는 제가 씀으로 인해서 처음 이 세상에 알려졌다고 칩시다.

그게 뭐 대단한 발명, 발견일까요?

자, 우선 발명은 아니겠죠. 발명이란 무에서 유를 창조 한다던가 여러가지 조합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일을 말하죠. 근데, 숫자라는 건 이미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그럼, 발견일까요? 숫자를 발견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죠. 어쨌건 저 숫자는 그 어디엔가 존재하며 1에서 계속 1을 더해나가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수입니다.

자, 그럼 그게 뭐 이것과 관련되는 거냐고요?

이제 정말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RGB의 제한성
하나의 픽셀에는 색이 칠해져 있죠. 그 색은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빛의 삼원색인 빨간색(Red), 녹색(Green), 파란색(Blue)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줄여서 RGB(알쥐비)라고 부르겠습니다.

RGB


이 RGB값에서 각각의 요소는 0에서 255의 값을 갖습니다.
R도 0에서 255, G도 0에서 255, B도 0에서 255의 값을 갖지요. 그래서 각각의 요소에서는 총 256(2^8)단계의 색을 표현할 수 있고요. 3가지 요소이므로 256^3=16,777,216(2^24)단계의 색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천육백칠십칠만 칠천이백십육)

위 그림에서 보듯이 빨간색과 녹색을 합하면 노란색이 나옵니다. 고로, 노란색은 RGB=(255,255,0) 이런식으로 나타낼 수 있지요.

이 말은 뭐냐면 하나의 화소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16,777,216개 보다 많은 색을 표현할 수 없다라는 겁니다. (0,0,0)에서 (255,255,255)까지가 되지요.
자, 이제 슬슬 감이 오시는 분들도 있겠죠. 다시 한번 쉽게 말하자면, 가로 세로 1로 이루어진 그림은 16,777,216개로 한정할 수 있다는 겁니다.

가로 세로 각각 4,096인 빈 그림을 생성하고 그 안에 한 픽셀에 한가지 색만을 칠한다면 가로 세로 1인 픽셀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그림의 경우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4,096^2=16,777,216)

크기의 제한성
자 그럼 생각을 넓힙시다. 가로 세로 길이를 1에서 1씩 더 늘렸습니다. 길이가 2라면 총 4개의 픽셀로 이루어진 그림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 크기에서 나타날 수 있는 그림은 16,777,216^4=79,228,162,514,264,337,593,543,950,336(칠양 구천이백이십팔자 천육백이십오해 천사백이십육경 사천삼백삼십칠조 오천구백삼십오억 사천삼백구십오만 삼백삼십육)개가 됩니다. 그 보다 더 많이 표현할 수는 없습니다. 색상과 크기가 제한되기 때문이죠.

여러분이 그림판이나 포토샵을 여셔서 가로 세로 2인 빈 그림을 만드시고 4개의 픽셀에 여러가지 색을 칠해보세요. 그렇게해서 나타난 결과는 우리가 위에서 구한 79,228,162,514,264,337,593,543,950,336(칠양 구천이백이십팔자 천육백이십오해 천사백이십육경 사천삼백삼십칠조 오천구백삼십오억 사천삼백구십오만 삼백삼십육)개의 경우에 반드시 포함됩니다. 포함되지 않을 수가 없지요.

어떠십니까. 여러분이 아무리 4개의 픽셀을 어떻게 칠해도 그것은 이미 존재하는 그림입니다.

자, 생각을 또 넓힙니다. 가로 세로 2인 그림에서 나타낼 수 있는 픽셀이 조합이 제한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면 가로 세로 길이가 1,000이상 커져도 픽셀의 조합이 제한될까요? 정답은 그렇다 입니다. 어쨌건 색상과 크기가 제한되므로, 조합도 제한되며 구할 수 있습니다.

저는 Nikon의 D40이라는 DSLR을 사용합니다. D40의 최소 해상도는 1,504×1,000 입니다. 그럼, 최소 해상도로 놓고 찍은 사진은 모두 1,504,000(백오십만 사천)개의 픽셀로 이루어지겠죠. 자, 그렇다면 이 해상도에서 몇가지 조합의 이미지가 나올 수 있는지 계산해 보죠. 색상수에 해상도를 곱하면 됩니다.
16,777,216^1,504,000=엄청큼 이로군요. 그 수가 어마어마 하지만 분명 제한 됩니다.

여러분들이 1,504×1,000의 해상도로 찍은 사진은 모두 엄청큼가지의 경우에 들어가게 됩니다. 어제 찍건 오늘 찍건 내일 찍건, 그 사진은 모두 위의 경우에 속하게 되죠. 여러분들이 찍을 사진이 이미 저 경우에 있다고요!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시지 못하는 분들이 계신지요?

그럼, 생각을 넓힙니다.(도대체 몇번이나 넓히는 거냐.)

소녀시대 태연씨의 사진이로군요.
이 사진의 가로 세로 해상도는 512×768입니다. 그러면 이 해상도에서 나올 수 있는 그림의 경우의 수도 구해보죠. 16,777,216^393,216=좀큼개가 나오는 군요.

사진 조합의 가능성
위의 사진은 제가 인터넷에서 찾아서 절반으로 줄인 사진입니다. 제가 저 사진을 찾아서 반으로 줄이지 않더라도 이미 그 픽셀의 조합은 어디엔가 존재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픽셀의 조합이 어떤 새로운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그 조합이 무작위 조합이라면 의미가 없겠죠.
하지만, 학습이 가능한 초대박 고용량 슈퍼 컴퓨터라면 실사와 같은 사진을 조합해내는 것은 일도 아닐겁니다.

자, 그럼 초대박 고용량 슈퍼 컴퓨터가 제 프로필 사진을 조합하는 과정을 가상으로 살펴보시죠. (보기 쉽게 그림을 확대 했습니다.)

일단, 경우의 수를 급격하게 줄이기 위해 외곽선은 제시를 해줍니다. (이정도야 뭐)

색상은 지정해 줄 수도 있고, 학습에 의해 얼굴부분은 살색으로, 카메라는 카메라색으로 나태낼 수 있겠죠. 위와 같이 색을 칠해주면 그 부분에 나타나는 픽셀의 경우의 수는 급격이 줄어듭니다. 생각을 해보세요. 손이나 얼굴 같이 살색이 주로 분포하는 곳에 파란색은 나올 확률이 적지요. 따라서 파란색에는 아주 극소한 가중치를 둔다면 제외되는 것이나 마찬가지겠죠.

바탕색을 기준으로 음영을 표현합니다. 이 부분은 전적으로 학습된 컴퓨터에 의합니다.

색을 분명히 하며, 외곽선도 처리해줍니다.

이리하면, 내가 찍은적이 없는 이미지가 두둥하고 나타납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거죠. 이 세상의 모든 이미지, 그림, 사진 등을 조합할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이론적으로 가능하나 지금에서는 어렵겠죠. 하지만, 근시일내에 이런 기술이 개발 될거라고 봅니다. 이미 개발 중일지도 모르죠.

그렇다면 그것이 문제가 될까요? 정답은 그렇다 입니다. (아니라면 물어보지도 않았음)
요즘에 디지털 카메라가 집에 한두대씩은 있지요. 사진이라는 것은 그 순간의 기록이라고 하여 우리의 추억을 담기도 하고, 때로는 법과 관련하여 증거자료로도 사용됩니다.
그 '순간의 기록', 추억, 증거들이 위조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요즘에도 합성이다 뭐다 해서 사진을 위조하기도 하고, 어떤 분은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사진 같은 그림을 그리시기도 하죠. 하지만, 그렇게해서 정말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만들어내는 것은 매우 힘든일일 것입니다. 이에 반해 컴퓨터는 인간의 수천만배나 되는 연산 능력을 가졌으므로 시간만 충분하다면 그 어떤 해상도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그림을 출력할 수도 있을겁니다.

하지도 않은 범행 현장 사진을 위조해서 누명을 쓸 수도 있습니다. 만일 이런 기술이 만들어진다면 사진이 갖는 증명의 가치는 없어지겠죠.
또,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누드사진을 조합할 수도 있겠죠. 이것이 개인용도를 넘어 공개된다면 많은 문제가 있을겁니다. 물론, 이것은 사진 조합 시스템이 인간의 눈을 속일 만큼 뛰어난 사진을 조합해 내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모든 경우의 사진을 구한 뒤 인식
요즘에는 얼굴 추출(Face detection)과 얼굴 인식(Face recognition), 얼굴 추적(Face tracking) 기술이 개발되고 있죠.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얼굴 추출이라는 것은 어떤 영상에서 얼굴을 찾아내는 것으로, 요즘 디지털 카메라에 이 기능이 들어가있는 것이 있지요. 흔히 얼굴 인식기능이다 라고 하는데, 정확히 하자면 얼굴 추출이 됩니다.

얼굴 인식은 영상에서 추출된 얼굴이 누구의 얼굴인지를 알아내는 것을 말합니다. 지문을 통해 출입 인증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추출한 얼굴이 DB안에 있다면 통과, 없다면 불가 겠지요.

얼굴 추적은 주로 움직이는 영상에서 추출된 얼굴을 다음 프레임에서도 계속 유지하며 따라가는 것을 말합니다. 얼굴 추출 기능이 있는 디지털 카메라에서 LCD를 보면서 사진을 찍으면, 사람이나 카메라가 움직여도 계속 얼굴을 찾는다거나 하는 것이 바로 이 기능입니다.

앞서서 우리는 초대박 고용량 슈퍼 컴퓨터가 있으면, 어떤 해상도에서든지 모든 경우의 그림을 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사진 조합의 가능성에서 살펴본 사진 조합 단계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도 사진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해상도에서 나올 수 있는 그림이 무량대수^무량대수개라고 해봅시다. DB안에는 그 무량대수^무량대수개에 해당하는 그림들이 들어있습니다. 사용자는 조합하고자 하는 인물의 사진을 시스템에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월드 스타 비의 얼굴을 제공한다고 해보죠.

시스템은 얼굴 추출 및 얼굴 인식 기능을 발동하여, 무량대수^무량대수개의 DB에서 월드 스타 비의 얼굴과 일치하는 모든 사진을 출력합니다. 물론, 얼굴만 일치하면 모든 사진을 출력하므로, 달랑 얼굴만 있는 사진도 있을 것이고, 몸이 엉뚱한 모양일 수도 있겠지요.
무량대수^무량대수는 10^4,624이로군요. 0이 4,624개가 있는 엄청나게 큰 수 입니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수백만자리의 소수를 구하거나 파이의 자리수를 수조자리까지 구한다는게 요즘입니다.

연산의 수를 줄이기 위해 단색으로 된 이미지나 256개 이하의 색으로 구성된 이미지는 제한 할 수도 있고, 흑백이나 256가지의 색만으로 사진을 조합해 낼 수도 있겠죠. 그러면 연산의 수는 엄청나게 줄어듭니다.

가능성의 축약
그러면, 0에서 255단계를 가지는 흑백 팔레트에서 해상도가 가로 세로 100인 이미지에서는 총 몇개의 그림이 나올까요.
256^10,000=2.50988092810539007004183232767e+24082 엄청나군요. 이만사천여든세자리나 되는 수 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이순신 장군님의 모습이 있을 겁니다. 단지, 우리가 그 모든 경우의 수에 해당하는 그림을 볼 수 있어도 그게 이순신 장군님인지는 알 수 없겠죠. 하지만 있습니다. 분명 그 안에는 있어요. 모든 60억 인구의 모습도, 과거의 사람들도, 미래의 사람들도 있습니다.


비약
생각을 넓혀서 그 수 많은 장면을 붙이면 영화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요즘 영화들은 DVD로 출시되면서 픽셀화가 되는데, 그 어떠한 영화도 이미 존재하고 있는게 됩니다.

그럼 다른 분야로 음악은 어떨까요? 요즘 MP3를 많이 들으시죠. 음성은 아날로그지만, 양자화를 거쳐 압축된 MP3는 디지털입니다. 디지털이라는게 뭡니까. 0과 1의 조합입니다. 따라서, MP3로 된 음악은 전혀 새로운게 아니며, 0과 1의 조합으로 나타난 수의 일종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 56,328,147,384(오백육십삼억 이천팔백십사만 칠천삼백팔십사)라는 숫자를 보면 아무 감흥도 없지요. 머리만 아플 뿐입니다. 하지만, MP3 음악을 들으면 어떻습니까. 때론 신나고 때론 슬퍼지기도 하고 그렇죠. 근데, 이 MP3(뿐만 아니라 모든 파일)를 뜯어 뜯어 보면 0과 1(바이너리)로 되어 있습니다. 2도 없고 3도 없으며, ABC는 더더욱 없습니다. 다만, 그 0과 1의 조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음악이 되기도 하고, 그림이 되기도 하는 것이죠.

디지털에서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0과 1의 조합에서 어떤 것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해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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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LeSo 2008/12/22 16: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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